모든 것을 바꾼 간병인 | 18년 재택 간병에서 배운 것

아내의 발병 후 5년간 30명 넘는 간병인을 거쳤습니다. 대부분 1년을 넘기지 못했고, 몇 주 만에 떠난 분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한 분이 오셔서 5년을 함께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분이 오셔서 10년째 함께하고 계십니다. 진정으로 헌신적인 간병인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제가 배운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5년간 30명의 간병인을 거친 이유

2006년 아내의 발병부터 2011년까지, 5년 동안 30명이 넘는 간병인을 경험했습니다. 대부분 1년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2~3개월 만에 그만두는 일이 많았습니다. 2007년부터는 가사 도우미도 따로 써야 했습니다.

이런 높은 이직률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2020년 기준 요양보호사가 약 11,700명 부족하고, 2030년에는 약 90,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치매 환자 가족의 45.8%가 돌봄 부담을 느끼고, 요양병원이나 시설에 입소하기 전 가족이 직접 돌보는 기간은 평균 27.3개월이라는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떠나신 이유는 다양했지만, 패턴이 있었습니다.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와상환자 간병은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소진되는 일이고, 번아웃은 현실입니다.

가사 도우미와 불화로 떠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 있는 집에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하면 마찰이 생기기 마련이고, 관리하기 어려웠습니다.

내보내야 했던 분들도 있었습니다. 아내의 몸에 설명할 수 없는 상처와 멍, 정서적 불안 등 학대의 정황이 있었습니다. 고급 물품과 의류가 점진적으로 사라지는 도난 정황도 있었습니다. 아내의 복장과 위생 상태가 미흡한 근무 태만도 있었습니다. 반려견을 학대한 분도 있었습니다.

의도가 순수하지 않았던 분들도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교수로 근무하고 있었지만, 간병인을 상대하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힘들었습니다. 당시는 50대였기에 견딜 수 있었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 처하면 솔직히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처음으로 오래 함께한 입주 간병인: 5년의 신뢰

2011년에 이서연(가명)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이후 5년을 함께하셨습니다.

이서연 선생님은 저와 같은 1956년생이셨습니다. 평생 어머니를 모시는 효녀이셨고, 일에 파묻혀 사시느라 결혼의 기회를 가지지 못하셨습니다.

매우 신중하고 현명한 분으로, 가사 도우미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셨습니다. 이전에 끊임없는 문제의 원인이었던 부분이 선생님이 오시면서 해결되었습니다.

거의 매일 아내를 휠체어에 태우고 반려견을 데리고 양재천을 1시간 내외 산책하셨습니다. 휠체어를 밀면서 강아지까지 관리하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거의 매일 해주셨고, 이는 아내에게 매우 소중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간병 수준도 매우 높아 5년간 불만이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분이셨습니다.

2016년 초, 결혼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사실 1년 전인 2015년부터 청혼자가 있었습니다. 도저히 아내를 떠날 수 없어 1년간 고민하다가, 청혼자의 독촉으로 어쩔 수 없이 저에게 결혼 이야기를 하신 것이었습니다.

떠나실 때 아내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간병인 교체 사이의 2개월 위기

이서연 선생님이 떠나시고 약 2개월간 다른 분이 아내를 돌봐주셨습니다. 착한 분이었지만 체력적 한계를 빠르게 느끼셨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다른 간병인을 알아봐달라고 간청하시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간절한 상황에서 2016년 2월, 김유진(가명)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헌신적인 간병인이 재택 간병을 바꾼 방법

김선생님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몇 번 소개한 바 있습니다. 송풍 매트리스 토퍼 글에서 첫날 "사모님은 천기저귀 쓰셔야 합니다"라고 하신 이야기를 했습니다. 3편에서는 "사모님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라는 말씀도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김선생님이 오시고 달라진 것은 그보다 훨씬 많습니다.

김선생님은 아내의 간병 기록을 꼼꼼하게 관리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이전의 다른 분들은 하지 않던 일이었습니다. 식사, 구강 위생, 투약, 체온, 혈압, 맥박수, 대소변 관리, 목욕, 피부 상태, 영양 상태가 매일 기록되었습니다. 이 기록이 아내의 간병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습니다. 그냥 지나쳤을 수 있는 문제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되었고,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간호사, 의사와의 소통도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김선생님의 특별한 헌신은 배경을 알면 이해가 됩니다. 2남 2녀의 맏이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가족을 돌보는 책임감이 몸에 배어 있었고, 이것이 아내에 대한 책임감으로도 이어졌습니다.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젊은 나이에 창업을 하셨습니다. 사업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회사 경영, 육아, 가사를 동시에 감당하는 일상이 체력의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했고, 잘 나가던 사업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스스로의 병상 경험이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아프신 어머니를 비롯하여 남편 등 가족을 도울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을 원하게 되었습니다.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가족 건강 관리는 물론 간병인 업무도 시작하셨습니다. 그렇게 2016년에 우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입주 간병인과의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법

중증 환자인 아내는 입주 간병인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 집에 입주하시는 분은 가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간병인도 누군가의 아내이며 어머니이고 또 딸이기도 합니다. 가족의 소중한 일원을 우리 집에 보내준 간병인의 가족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20년 가까이 간병인을 관리하며 - 초기의 끝없는 교체에서 지금의 안정까지 - 제가 배운 것을 정리합니다.

1. 간병의 물리적 부담을 함께 나누기

입주 간병은 힘든 일입니다. 장기간 지속 가능한 간병을 위하여 간병인의 부담을 줄여 드리도록 노력합니다. 기저귀 교체, 체위 변경, 위치 이동, 환자 상태 점검 등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도와드립니다. 환자 용품의 소독과 세탁도 간병인이 힘들거나 바쁘면 제가 합니다. 청소, 세탁, 요리 등 일반 가사는 스스로 해결하여 간병인에게 부담되지 않도록 합니다. 필요하면 시간제 가사 도우미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2. 급여보다 휴식 시간에 투자하기

급여는 어느 한도 이상으로 마냥 올려드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근무 년수에 따라 주 24시간 휴식을 단계적으로 48시간, 72시간으로 늘려드렸습니다. 간병인이 안 계신 주말에 아내를 돌봐줄 분을 구하는 것이 어려워 상당 기간 고생했습니다. 다행히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제수씨가 동의해주어, 다년간 병원 근무 경력이 있고 마음씨 착한 제수씨가 주말에 아내의 간병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동생 가족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3. 간병인의 가족에게도 관심 갖기

성심껏 아내를 돌보며 함께 나이 들어가는 간병인께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간병인을 인격적으로 대우해 드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간병인 가족의 안위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기회가 되면 최대한 돕고자 노력합니다.

4. 잘 맞는 간병인이 있다면, 삶을 설계하기

10년 넘게 아내를 돌보고 있는 간병인 남편분도 시간이 감에 따라 건강 문제가 자주 생기고 있습니다. 간병인 집이 가까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2022년 아내가 더 이상 통원 치료가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 방문간호와 왕진 서비스가 가능한 지역으로 이사해야 했습니다. 조사해보니 간병인 거주 지역의 의료 인프라가 전국 최상위급이었습니다. 서울 도곡동에서 간병인 집과 같은 지역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우리 집과 간병인 집은 천천히 걸어서 15분, 차로는 2~3분 거리에 있습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의도적인 선택이었습니다. 가족처럼 돌봐주는 분을 만났다면, 그 관계가 오래 가도록 삶을 설계해야 합니다.

입주 간병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치매 환자에게 좋은 입주 간병인을 어떻게 찾나요?

저희 경험상, 가장 좋은 간병인은 본인의 부모나 가족을 직접 돌본 경험이 있는 분입니다. 자격증과 교육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동기와 공감 능력은 가르칠 수 없는 것입니다. 첫날 자신의 근무 조건이 아닌 환자에 대해 먼저 질문하는 분을 찾으세요.

간병인의 부적절한 행동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설명할 수 없는 멍이나 상처, 환자의 갑작스러운 정서적 불안, 위생이나 복장 상태의 저하, 집안 물품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 등이 경고 신호입니다. 직감을 믿되, 부재 시에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기 재택 간병에서 간병인 번아웃을 어떻게 예방하나요?

번아웃은 간병인이 떠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예방은 급여 인상만이 아니라 일상의 부담을 줄이는 것입니다. 물리적 업무를 나누고, 충분한 휴식일을 보장하고, 가족과 교대 간병인으로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간병인을 직원이 아닌 돌봄의 파트너로 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글쓴이: 김권희, 엔지니어, 교수, 그리고 2006년부터 파킨슨 치매를 앓는 아내의 전담 간병인. The Engineer Caregiver에서 엔지니어링과 간병의 교차점에 대해 기록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을 기록한 것이며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면책 조항을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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